1.
불안은 영혼을 구제한다, 162.2 x 130.3 cm
2.
동일률의 경계, 116.8 x 80.3 cm
3.
영겁의 궤적, 가변크기
작가노트
내 작업은 열역학법칙, 즉 엔트로피 증가의 원리에서 출발한다.
모든 존재가 무질서를 향해 나아가는 자연의 흐름 속에서, 거미줄이 가진 자연적 순환과 균형에 주목한다.거미줄은 그 자체로 파괴와 재생을 반복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니며, 그것을 구성하는 얇은 실은 무질서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거미줄의 생성 과정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은 삶의 순환을 은유한다.
거미줄을 이루는 예민한 실은 건드릴수록 더 큰 혼돈을 불러일으키며, 그 실의 얽힘은 불안이 확장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실들의 모호한 형태는 불안의 유동적 본질을 드러내며, 질서가 무너지고 재구성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으려는 이 강박적 시도는 본능에서 기인하며, 동시에 불안이 단순한 고통이 아닌 피학적 안정 상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피학적 안정’은 불안과 혼돈을 겪으며 스스로 그 안에서 일종의 평형을 이루는 상태로, 불안을 견디면서도 안정감을 찾아가는 복잡적인 감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상은 거미줄의 파괴와 재생이라는 이중적 특성에 기반해 전개된다.
실의 섬세한 질감과 미세한 잔털은 불안의 민감도를 나타낸다.작업에서는 이 잔털을 하나하나 새기며 불안의 민감도를 극대화하며 그 안에서 안정감을 모색한다. 실의 구조적 특성을 통해 불안이 고조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며, 이는 작품 속에서 불안과 질서가 교차하는 다양한 양상을 드러낸다. 결국 작품은 완전한 질서를 추구하기보다는 불완전함의 수용에서부터 시작하며, 불안과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다. 이는 완벽함을 향한 강박에서 벗어나, 불안 속에서 새로운 안정 상태로의 이행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