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anbo, 80.3 x 116.8 cm
2.
See Me, 97 x 145.5 cm
3.
Up, 112.1 x 162.2 cm
4.
Finding True Love, 112.1 x 162.2 cm
작가노트
나는 풀을 좋아한다. 그중에서 식물원이나 화단에 예쁘게 정리된 풀들이 아닌, 길가나 뒷산에 무성히 자란 잡초들을 좋아한다. 강한 생명력을 지닌 잡초는 고유의 즉흥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자연이 나에게 일으키는 내적인 감흥을 낙서하듯 그은 선들과 힘 있게 누른 터치로 표현하며 동시에 풀의 기억과 경험을 내재화하고자 한다.
“느낌은 그 이상이다. 그것은 존재 자체를 느끼는 것이다”라고 조안 미첼이 대상을 관찰하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과 같이, 나 또한 자연과 하나 된 마음을 갖고 그들을 바라보며 작업에 임한다. 그가 일상에서 느끼는 순간의 감각을 캔버스에 확장하듯이, 나의 작업 또한 기억과 감흥을 바탕으로 불완전하고 예측할 수 없는 형태를 캔버스 위에 실현한다. 작업은 풀과의 관계성에서 얻은 힘의 순간을 길게 만들며 그림을 그리는 의식적 행위를 통해 그 에너지를 체화한다. 캔버스에 옮기지 않는다면 교감의 순간은 찰나로 남는다. 그래서 나는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통해 관계에서 느낀 감각을 실존하는 형태로 발전시킨다.
기억에 의거한 자연은 대상의 본질을 깨우치게 만든다. 떨어져 나간 이파리 위로 새싹을 갖고, 이미 구분할 수 없이 얽히고 설키며 자란 자연의 모습은 ‘자연스럽다’. 생명이 피고 지며 생기는 그 모든 것은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워 보인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삶의 형태일 수 있다. 여유와 위안, 순수함만이 가득하다. 나의 작업을 통해 나와 풀이 존재하는 공간을 관람객에게 보여주고 또 초대하는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