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제가 그려내는 풍경이 감정의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겉보기에 보여지는 식물, 꽃, 물, 시각적으로 인식되는 부분들을 넘어서서 은유적으로 어떤 점을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으면 좋겠고, 단순하게 읽히는 공간이기 보다는 감상자들이 많은 것들을 상상하고 고민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주제의식이 표현방식과도 연결되는데, 물체와 배경을 애매모호하고, 흐리게 마르기 전에 형태를 흐뜨리는 작업을 거쳐요. 흐뜨려지고 모호하게 표현되는 화면을 통해 감정의 미묘함, 시간성에 따른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려했어요.
Q. 작업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가 있다면?
A.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는 작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이 정말 많은 시간이었어요. 고민을 하다보면 그 고민이 또 다른 고민을 낳고, 또 다른 고민을 하고…고민만 하다보니 막상 작업을 하기 더 어려워지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는 작업을 일단 하는 것, 작업의 양의 늘리는 거예요. 작업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고민했던 부분이 해결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고민들이 생겨나는 지점들이 분명 있지만 그리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각을 중요하게 여기려고 해요.
Q. 작업을 하며 어려웠던 점과, 그럴 때 어떻게 극복을 했나요?
A. 스스로 개인의 작업을 객관화 시켜서 보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내 작업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의 대부분 과정을 스스로 판단해서 진행시키다보니 주관성의 개입이 커질 때가 있어요. 작업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행되지 않거니, 어느 한 지점에 엄춰있는 것처럼 보여져요. 이렇게 작업의 전환점이 필요한 순간들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객관적이고 과감한 판단을 하기 어려워지죠. 이 부분은 아직도 극복했다기보다는 극복해나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 작업을 멈추고, 한동안 다른 작업을 진행하다 고민되는 작업을 보면 안보이던 부분이 보이는 지점을 마주하기도 해요. 혹은 사진을 찍어서 보면 적나라하게 화면을 볼 수 있어 객관전인 판단을 하는데에 도움을 줘요. 저는 그림은 주관적이지만 작가에게는 가장 객관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작업을 객관화시키면서 더 발전해나가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Q. 작업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어떤걸까요?
A. 올해부터 표현방식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어요. 블러처리를 작업에 하기 시작했기 때문인데, 처음에는 이 표현방식이 테크닉적으로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어요. 초벌 단계의 좋은 느낌을 작업의 마감까지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는데, 작업량을 늘리고난 후에는 많은 부분 해결이 됬어요. 지난학기 표현방식적인 부분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쏟았는데, 표현에 대한 부분이 어느정도 해결되고 나니 근본적인 질문에 맞닥뜨리게 되었어요. 주제의식적인 부분으로 결국 돌아오게 됬죠. 사실 표현에 대한 부분들이 늘어날 수록 주제의식적인 측면에 대한 고민들을 점점 망각하기 쉬운 것 같아요. 글도 많이 읽고 적으면서 근본적인 작업의 주제부터 정리해나가고 싶어요.
Q. 본인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 또는 예술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A. 이전에는 작업을 한다는 행위에 대해 하고 싶어서 한다는 생각, 욕구 실현의 의미가 저에게는 강했어요. 요즘들어 드는 생각은 욕구보다는 해소의 의미가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저는 내면적으로 예민하고 감정적인 소심한 사람, 그리고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무언가를 내보내기보다는 쌓아두는 사람인데, 작업을 하는 시간에는 스스로를 내보낼 수 있는 작용을 많이 하게되요. 요즘에는 작업을 하지 않는 시간들이 오히려 더 힘들게 느껴질 때도 많은데, 해소되지 않는 부분들이 생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Q. 우리학교에 입학했을 때와 지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처음 학교에 입학할 때에는 전공에 대한 애정이나 뚜렷한 목표가 없었어요. 그래서 디자인을 복수전공해서 취업을 하는 것이 졸업이후에 막연한 목표로 삼았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 들어와서 작업을 하다보니 제 성향과도 잘 맞고 계속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왔었어요. 자연스럽게 애정도 커졌구요. 작업을 통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도 많아졌고, 더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가려 하고 있어요. 졸업하고도 작업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은 작업을 게속하는 것, 발전시키는 것이 첫번째 목표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