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A. 현시대의 엄격함을 맞닥뜨려 방황하는 우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만, 사회를 마냥 비판하거나 그 안에서 헤매는 우리를 옹호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사회가 이렇게 된 마땅한 이유가 있고, 타고난 능력이 좋거나 노력을 해서 잘 적응해 가는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방황하는 우리에 가까운 저는 아무래도 이쪽 입장이 더 공감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그냥 작업을 보고 ‘우리’가 약간의 해방을 느낀다면 좋을 것 같아요. 현실 타파나 의욕 충만을 바라는 것은 아니고, 홀로 뒤처진다고 느끼는 건, 두려워 하는 건, 지친 건 아니구나 느끼셨으면 합니다. 물론 저도 쉽진 않은데요. 그래서 첫 목표로 대단한 일 말고… 우리 그냥 어떻게든 살아 봅시다.
Q. 작업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가 있다면?
A. 사연이 있는 작업을 좋아합니다. 시각적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람객에게 말을 걸어 신경을 자극하는 작업을 만들어 내려고 해요. 그 탓에 작업을 구상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편입니다. 본 작업에 들어가기 앞서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처럼 여러 가지 서사를 떠올리고, 심어 놓을 장치를 생각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물론 친절하게 풀어 주는 스타일은 아니므로 관람할 때 단서를 찾아 이야기를 추측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아요.
Q.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A.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느끼는 것들을 작업하기 때문에 일상 속 매 순간이 작업의 소재로 사용됩니다. 사람을 상대하거나 중대한 목표를 향한 진행 과정뿐만 아니라 사소한 것에서도 영감을 얻어요. 길을 걷거나 씻을 때, 심지어 좀비와 피아노 대결을 하는 황당무계한 꿈을 꿨을 때조차도 말입니다. 말이 되나 싶을 수도 있는데 무언가를 창작하면 그게 자연스러워 지는 것 같습니다. 작업과 나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으니까요. 좀 예술가 같았나요? 사실 뭐라 설명할 수가 없어서요. 취향의 영화나 소설, 음악, 이미지를 볼 때 영감을 얻기도 하지만, 생활하다 보면 상황과 관계없는 뜬금없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Q. 작업할 때 듣는 노래가 있다면?
A.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바뀌지만 주로 클래식이나 락을 듣는 편입니다. 8할은 클래식, 잡념 때문에 작업이 손에 안 잡힐 때는 락을 재생해요. 좋게 말하면 집중력이 뛰어난 것이고… 사실 멀티가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적용되는 케이스입니다.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들으면 그 멜로디와 가사에 빠져서 집중이 잘 안 되거든요. 하지만 락만큼은 평소에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작업 스타일과 어우러진다고 생각해 예외적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클래식의 경우에도 밝고 경쾌한 선율보다 어두운 선율을 선호합니다. 최근 즐겨 듣는 음악 중에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4번 F단조 작품 36 2악장>, 모차르트의 <레퀴엠 D단조 작품 8 눈물의 날>을 추천합니다.
Q. 원하는 감상평 또는 반응이 있나요?
A. 저의 작업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모든 반응을 다 듣고 싶습니다. 칭찬이야 당연히 좋고 비난할 의도가 없는 비판도 궁금하죠. 모든 창작물은 하루 아침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이번 졸업 전시 작업들은 특히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했기에 작업을 선보이는 일은 그동안의 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관람객의 다양한 시선이 궁금한 것이죠. 전시장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인원과 저에 대한 생각, 느낌을 주고 받는 귀중한 일이 또 언제 있겠습니까? 그래도 굳이 고르자면, 이걸 이렇게 표현하다니 이 사람은 그냥 아름다움에 미쳐있구나 정도의 감상은 가져가셨으면 좋겠네요.